꽤 오래 전부터, 대학에 들어가고 MSN 메신저에 사람들을 우르르 추가하기 시작하던 대충 그 즈음부터, 나는 대화 로그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잘 읽어보는 일은 없다. 로그는 쌓이고 쌓일 뿐이다. 의미가 있는가 하면, 딱히 타임캡슐처럼 나중에 열어보는 일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말 잘못한 사람들을 수첩에 적으려 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그저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 아니면 이 사람들과 나누었던 방금까지의 대화가, 저장하지 않으면 공중으로 날아가서 영원히 잡히지 않을 것 같은 기분.
텍스트화 할 수 있다는 차이에 그런 안타까움이 더해져서 기필코 나는 저장하고야 만다.
읽으며 '나랑 한 얘기들이 저장되어있다고?'라며 움찔하실 분들을 위해,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했던 많은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모든 로그마다 들어있어 - 나와 남의 대화록이니까 - 나를 좌절스럽게 한다는 점을 알려두고 싶다. 가끔 읽게 되면 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하다. 이 정도로는 공평하지 않겠는가.
공평하지 않다고 하면, 밝혀둔 김에 여기 지금 이 글을 읽게 되고 생각해보니 불쾌감이 들어 삭제를 요청하는 분께는 망설임 없이 로그를 삭제해드릴 것을 약속드리겠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관계인 분들과의 로그는 거의 읽게 되는 법이 없었다. 일단 지속적이다보니 로그의 양이 정말 많고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굳이 지금 역사책을 읽듯 과거를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역사책 본 적 없냐고 하면 그런 느낌으로 파일 몇 개 정도는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가끔 파일정리를 하게 될 때, 잊혀진 몇년 전의 인간관계가 어쩌다 로그로 남아있을 때, 잠시 그 파일을 읽는 경우는 있다는 말이다.
신기하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내가 앞서 말했듯 민망함을 자아내게 어린 말들을 하고 있다. 게다가 잊혀져 있던 그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나와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여기까지 보면 연애로그냐는 오해를 하실지도 모르지만 그런건 아니다)
대부분 이런 묘한 감정의 순간이, 내가 파일 정리를 하다가 멈춰서서 분주한 손놀림을 엄청나게 고요하게 만드는 때라는 점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파일 정리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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